소설『side 죠』(完)

004. 사라 시점

ーNIHANー 2022. 1. 23. 15:43

키미가시네ー다수결 데스게임ー side 죠

원작・감수・일러스트 난키다이

저자 데시가와라 아네모

출판사 카도카와

 

번역:NIHAN


【프리터】소우 씨랑 시설을 탐색해 본 결과, 여기에는 광장을 제외하고도 3개의 플로어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BAR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술이 늘어서 있는 술집 같아 보이는 플로어.

여기 탐색은【고등학교 교사】미시마 선생님과【초등학생】긴이 맡고 있었다.

"아, 사라 누나! 마침 잘 왔다냥!"

소우 씨랑 같이 술집에 들어가니 긴이 신난 듯 말을 걸어왔다.

옆에는 웃고있는 미시마 선생님이 있었다.

"무슨 일 있었나요, 미시마 선생님?"

"네에, 긴 군이 방금 전에 저걸 찾아서 말이죠."

가리킨 끝에는 식당에나 걸려있을 법한 작은 칠판이 있었고, 거기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있었다.

 

【음주 가능 11명】

아리스・카이・카즈미・케이지・슌스케

소우・나오미치・마이・메구미・레코・Q타로

【음주 불가 9명】

안즈・칸나・긴・쿠기에・사라・죠

나오・히나코・란마루

 

"이건……."

내가 중얼거리니 소우 씨가 답했다.

"범인들은 우리들 나이까지 알고 있다는 거네."

"그건 즉… 저희는 계획적으로 납치되었다는 건가요?"

"글쎄, 그럴 가능성은 있겠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여기에 적혀있는 이름이 신경 쓰여. 꽤 깔끔하게 쓰여있네."

"깔끔, 이요?"

그 말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소우 씨와 함께 칠판에 주목했다.

아리스・슌스케・나오미치・마이・메구미・안즈・쿠기에・히나코・란마루.

이 아홉 명은 우리 중엔 없어. 최초의 시련으로 이미 모습을 감춰버린 사람들인건가….

Q타로 씨의 말로 명백해진 것이었지만, 우리가 받은 최초의 시련은 내용이 각자 달랐다.

그중에는 참가자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잔혹한 시련도 있었을 것이다.

"……저기, 소우 씨."

소우 씨가 어떤 시련을 받았었는지는 물어본 적이 없었다. 

칠판에 쓰여있는 이름 중에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지만,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일로 이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왜? 사라 씨."

소우 씨는 연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앳되고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반대로 Q타로 씨가 가지고 왔던 상자에 들어있던 머리를 인형이라고 금방 눈치채는 등 주변을 신중하게 잘 관찰하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말하는 소우 씨를 보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 그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칠판을 포함한 술집의 탐색은 미시마 선생님과 긴에게 맡기기로 했다.

 

두 번째 플로어, 게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트대나 당구대가 놓여있는 그곳은【야구선수】Q타로 씨와【주부】카이 씨가 탐색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개인정보를 얻어버렸지만, 그 칠판에 쓰여있던 게 맞는다면 카이 씨는 스무 살 이상이라는 게 된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타입인 건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려, 그쪽도 일로 온 거구만? 저짝 술집은 뭐 있는 게 없어뵈서 말이제"

Q타로 씨와 정보교환을 하고 있을 때 무심코 카이 씨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무슨 일 있으십니까?"하고 내게 물어왔다.

"아, 아뇨…."

뭐지. 카이 씨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에그 베네딕트라는 생소한 요리가 특기라고 하고, 어디 유명한 요리연구가라도 되는 건가?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 봤더라.

"그라고보니 케이지랑 죠가 저 안쪽으로 갔었제. 워뗘, 가볼텨?"

게임장 안쪽에는 빨간 문과 파란 문이 나란히 서 있었다.

빨간 문은 잠겨있어서 Q타로 씨가 문을 부수려고 해봐도 간단히 부서지진 않는 모양이었다.

빨간 문은 나중에 탐색하는 것으로 정하고 네 명이서 파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이상한 광경에 발걸음을 멈췄다.

넓은 방에는 높이가 2m 정도는 될 것 같은 그림이 걸려있었고 중절모를 쓰고 시가를 입에 문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등신대 같은 마네킹도 있었고, 각각 1인용 소파에 앉혀있었다. 마네킹은 총 9개였다.

먼저 그 방을 탐색하고 있던 케이지 씨와 죠가 우리가 온 걸 눈치채고 이쪽을 돌아봤다.

"죠, 여기 있었네"

"어, 사라"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아냐, 별일 없었어. 걱정해줘서 고맙다. 그것보다 여기 진짜 이상한 방이지. 저 인형도 못 움직이게 고정되어 있어"

인형이라고 하면 마침 우리는 인형의 파츠를 찾고 있었다. 거기에 뭔가 관련이 있는 걸까.

"아, 사라 양, 그쪽은 뭐 찾은 거 있니?"

인형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니 케이지 씨가 다가왔다.

나는 거기서 술집에 있던 칠판에 대한 걸 얘기했다.

Q타로 씨 쪽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케이지 씨 쪽은 아직 술집에는 안 들렀던 모양이다.

"20명의 참가자, 인가. 거기다 연령도 분류되어 있었고, 보통 일은 아니네"

"역시 저희들… 계획적으로 납치된 걸까요"

"그것만큼은 범인들을 체포해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네. 그런데 왜 연령 같은 게 나뉘어있는 걸까?

설마 여기서 뭔갈 마시라고 하는 건 아니겠고"

확실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뭔가 의미가 있는 걸까.

"소우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왜 저런 게 술집에 있었던 걸까요?"

"어, 나 말이야? 그, 그렇네…… 으음… 흔한 패턴으로는 저게 뭔가 게임에 쓰이는 재료가 된다던가?"

게임이라는 단어를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최초의 시련 같은 걸 또 시키게 할 셈인 건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방도 다같이 탐색해보는 편이 좋을 것 같고, 미시마 선생님이나 긴 군을 불러오는 김에 칠판도 가져올게. 케이지 씨한테 봐달라고 하자"

소우 씨가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게임인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데"

죠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 직후 금속이 빠르게 스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 방과 게임장을 잇는 문이 쇠창살로 막혀있었다.

"뭐!? 뭐여 저거!"

Q타로 씨를 뒤이어 모두가 그걸 보고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쉽게도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네~"

 

벽에 걸려있던 그림의 남자가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핫핫하! 내 방에 어서 와라. 나는 이 방의 주인이다. 뭐, 알지라고도 불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금부터 너희들은 게임을 하게 될 거다."

갑작스러운 일에 동요를 감추지 못한다.

지금까지 범인들과 접촉한 적은 없었다.

간접적이라고는 하지만 처음으로 범인 쪽 인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룰은 간단해. 어느 대국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총을 판매하는 게 금지되어있지. 거기서, 총을 사러 온 아홉 명의 인형 중 미성년자가 네 명이 있다. 그 위법자들을 쏴. 리볼버랑 실탄 9발은 준비되어있다. 동료님들이 와서 알려주면 재미없겠지. 플로어로 이어지는 게임장의 문도 막아놨다. 자, 파티를 시작하지!"

알지라는 인물이 그렇게 말하니 그림 밑에 있던 숨겨진 공간이 열렸다.

안에는…… 기름칠로 번들거리는 리볼버랑 실탄 같아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흉기의 등장에 우리는 순간 숨을 삼켰다.

"미성년자가 누구인지는 이미 이 시설을 조사했다면 알고 있겠지. 인형들 밑에는 명찰도 있다. 참, 이걸 말하는 걸 잊고 있었군! 만약 틀렸을 경우엔 총을 쏜 사람의 목걸이가 작동할 거다. 안 죽게 잘 쏴보라고?"

최악이다.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 목걸이는 죽음에 직결되어있다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중요한 미성년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지금 여기엔 세 명 밖에 없어.

"곤란해졌네요,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이런 극에 달한 상황에【주부】카이 씨가 차분하게 말했다.

"미성년자가 쓰여있던 칠판에 대한 것 말입니다만, 저희는 그렇게 꼼꼼히 살펴보질 않았었거든요"

"네?"

내가 놀란 듯 대답하자 Q타로 씨가 쭈뼛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거… 성인이나 미성년자 같은 건 그케 중한 것도 아인 거 같아가지고… 그래가…."

그럼, 그 말은 즉… 지금 여기서 제대로 내용을 알고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건가.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카이 씨가 간단히 정리했다.

"미성년자가 누구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건 사라 씨밖에 없다는 거군요. 그리고 표적을 잘못 쏘면 죽는다.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라도 사라 씨가 총을 들게 할 수는 없습니다. 누가 총을 쏴야 할까요"

카이 씨는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의논을 하려 하고 있었다.

그 반면에 케이지 씨는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고 있었다.

"어찌할 바가 없으면 게임에는 참가할 수밖에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이 방에 탈출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먼저일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다음에 해도 늦진 않으니까"

케이지 씨의 말에 동의하고 방을 구석구석까지 찾아봤다.

알지는 "그런 거 없다니까?"라면서 웃고 있었고,

그 말대로 어디에도 빠져나갈 수 있는 곳 같은 건 없었다.

"……어쩔 수 없구만. 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거구만. 그래서, 누가 총 쏠겨?"

Q타로 씨가 긴장된 말투로 입을 열고 모두를 쳐다봤다.

그러자, 누군가 손을 들었다.

나는 그 손의 주인을 쳐다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죠였다.

"니, 닌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겨? 손해 보는 역이라고 이거"

Q타로 씨가 놀라 쳐다봤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카이 씨도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이 안에선 내가 제일, 앞으로의 탐색에 힘이 안 될지도 모르고. 거기다 나, 사라 친구니까요. 사라라면 믿을 수 있어"

죠는 어딘가 무력한 자신을 창피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두 눈은 어디까지고 진심이었다.

"죠…… 너"

"미안, 사라. 너한테 맡겨도 될까?"

최초의 시련과는 정반대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죠를 믿고 내 목숨을 맡겼었다.

그리고 지금은 죠가 나를 믿고 목숨을 맡기려고 하고 있어.

"알겠어. 나는 반드시 너도 살려서 이 방에서 나갈 거다. 그러니까 부탁할게"

"어, 맡겨줘"

이렇게 우리는 게임을 시작했다.

Q타로 씨가 소파 채로 옮겨서 방의 한가운데에 인형을 모았다.

조사해보니 알지가 말한 대로 인형과 소파 사이에 각각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있었다.

 

-아리스

-히나코

-쿠기에

-안즈

-메구미

-슌스케

-마이

-나오미치

-란마루

 

이 중에 4개,「음주 불가」에 적혀있던 이름을 골라서 총으로 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이름이었어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던 게 있었다.

"란마루…… 란마루는 미성년자다. 틀림없어"

"알겠어. 라, 란마루지?"

그렇게 말하고 죠는 실탄을 장전하려고 했다.

"어, 어라…… 망할, 이거 왜 안 되지. 나 왜 떨고 있는데..."

우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총 같은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었고, 실제로 본 적도, 써본 적도 없어.

거기다 죠는 자기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었다.

당연히 떨리겠지.

그런 죠를 보고 있던 카이 씨가 케이지 씨에게 말을 걸었다.

"케이지 씨. 당신 경찰이라면 총을 다루는 방법도 잘 알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죠 군을 도와줄 수 없는 건가요"

그런 케이지 씨는 조금 전부터 말이 없었다.

카이 씨의 말에 케이지 씨는 좀처럼 응하려 하지 않았다.

응하기는 커녕, 죠가 들고 있는 리볼버를 보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케이지 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못 해"

"그게 무슨……."

카이 씨가 물으니 조금 시간을 두고 케이지 씨가 답했다.

"나는…… 옛날에, 일하던 중에 사람을 쏴버렸었어. 그 후로 총을 쥘 수가 없게 돼버려서. 사실 보고 있는 것도, 조금 힘들어"

그 고백에 모두가 놀랐다. 죠는 더 그랬다.

"한심하지, 그럴 각오가 되어있었으니까 형사가 된 건데"

나는 케이지 씨가 경찰이라는 걸 의심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으면 뉴스에 뜨는게…."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거든"

케이지 씨는 그렇게 답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었다.

"……트라우마란 건가. 고럼 어쩔 수 없구만! 낸 외국서 총 쏴본 적이 있거덩, 내가 세팅해줄 테니께 줘봐"

그리고 탄환은 Q타로 씨 손에 신중히 장전되었다.

총 잡는 자세도 Q타로 씨에게서 설명을 들은 후, 죠는 란마루의 인형을 향해 리볼버를 조준하고 자세를 잡았다.

"……간다"

몇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충격의 반동으로 죠가 살짝 뒷걸음질 쳤다.

그 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약 냄새를 맡았다.

불꽃놀이를 할 때 나는 냄새 같았다.

"저엉~~~답!! 일단 한 개네!"

알지의 말에 안도한다.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아있던 게 다행이었다.

이걸로 9분의 4에서 8분의 3으로 줄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하나라도 틀리면 죠는 죽을 거야.

하지만, 내가 확신할 수 있는 이름은 또 하나 있었다.

"쿠기에 씨…… 칸나의 언니야. 하교하는 길에 둘이서 잡혀 왔었다고 말했었어. 미성년이 틀림없겠지."

칠판을 봤을 때부터 신경 쓰였는데, 칸나는 기절하기 전에 그 이름을 외쳤었다.

죠가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인형을 향해 발포했다.

알지는 정답이라 말하고 웃는다.

앞으로 7분의 2.

"조아쓰! 앞으로 두 명이여! 어뗘 사라, 떠올릴 수 있겠나?"

"……이 다음은… 조금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제한 시간이 없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거기다 아무래도 총을 쏘는 쪽이 부담이 더 커 보였다.

죠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깐만 쉬자고 말을 걸어왔다.

"미안. 잠깐 쉬어도 될까? 손가락이, 안 움직여"

죠의 손은 굳어버려서 아무래도 혼자서 총에서 손가락을 빼는 게 불가능한 것 같아 보였다.

그건 컨트롤러를 쥐고 노는 게임 같은 게 아닌 현실이었다.

처음 총을, 그것도 리볼버라는 반동이 커 보이는 총을 연속으로 쏘면 당연히 부담이 크겠지.

나는 죠의 손에서 리볼버를 빼내어 대신 쥐었다.

리볼버는 묵직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미끌거렸다.

"총 쏘는 거… 보통은 자랑거리일 텐데. 나 진짜 한심하네"

죠는 그렇게 말하면서 필사적으로 웃으면서 손을 주물렀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죠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틀리면 안 돼.

나는 조용히 남은 7개의 인형에 시선을 뒀다.

생각해내는 거다. 이 중에 미성년자가 두 명이 있는 거야.

 

-아리스

-히나코

-안즈

-메구미

-슌스케

-마이

-나오미치

 

칠판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Q타로 씨랑 카이 씨도 최대한 떠올릴 수 있는 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Q타로 씨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아리스 있잖어, 뭔가 애 같은 이름 아녀? 아리스를 쏘면?"

"아뇨, 아리스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총은 언제든지 쏠 수 있으니"

그렇게 이야기하던 도중, 밖에서 철컹하고 쇠창살이 흔들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방금 소리가 들렸죠"

카이 씨가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혹시 소우 씨 일행이 닫혀있던 게임장 쪽으로 들어온 건가.

그러면 안전하게 끝낼 수 있어.

하지만 계속 기다려봐도 더 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잘못 들은 건가?

"뭐, 지금은 일단 게임에 집중하자. 사라 양"

케이지 씨의 말에 나는 다시 칠판의 내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리스라는 이름은 어딜 봐도 미성년자 같은 이름이었지만, 그렇게 쉽게 결정지을 수는 없다.

집중하자. 집중하면 떠올릴 수 있을 거야.

소우 씨가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자. 아니, 잠깐…… 소우 씨?

거기서 문득, 소우 씨가 술집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것보다 지금은 여기에 적혀있는 이름이 신경 쓰여. 꽤 깔끔하게 쓰여있네』

『깔끔, 이요?』

그건 무슨 뜻이었던 거지. 이름이 깔끔하다는 건 아닐 거야.

소우 씨는 분명 거기서 뭔갈 보고 있었어.

뭐가 깔끔하다는 건지. 글씨체인가. 아니면…….

"나열… 아, 오십음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냈다.

그 자리의 모두가 날 쳐다봤다.

"그 칠판의 음주 불가 란에는 나랑 죠의 이름이 나란히 있었어. 알파벳인 Q타로 씨는 제일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

거기서 나는 눈앞의 인형들의 명찰에 시선을 뒀다.

"아리스는… 음주가능 란의 맨 처음에 있었어. 그리고, '아'로 시작하는 이름은 그 뒤엔 없었어. 안즈! 미성년자는 안즈다!"

죠는 내가 들고 있던 총을 건네받아, 각오를 다지고 쐈다.

알지는 한가로이 휘파람을 불었다.

"좀 하는데? 정답이다"

드디어, 드디어다.

마지막 한 명이다.

6분의 1…….

"아, 실화냐. 망할"

하지만 거기서 지금까지 열심히 해줬던 죠에게 이변이 일어났다.

"아, 악력이, 없어졌어. 손, 손이…… 안 움직여"

죠가 얼굴을 찡그린 채 말했다.

이번에는 카이 씨가 신중하게 죠의 손에서 리볼버를 빼내 손을 꾹꾹 눌러보면서 상태를 확인했다.

"충격과 긴장으로 손이 지쳐서 저려오는 것 같네요. 조금 시간을 두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만"

죠는 몸도 마음도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한심하다고 웃을 일이 아니었다.

내가 죠였다면 리볼버로 세 발이나 쏠 수 있었을까.

"……크으아아! 내는 대체 뭘 하고 있는겨! 한심하구만! 잘했다, 죠. 남은 건 내한티 맡기라"

그러자 Q타로 씨는 울부짖듯 소리치고 죠의 등을 세게 두드렸다.

카이 씨가 들고 있던 리볼버를 대신 손에 쥐었다.

"어? 그, 그래도…… 목숨이 걸린 건데… 그리고 아직 마지막 한 명을 알아낸 것도 아니잖아요"

"니는 훌륭했어. 근디 내가 쫄아서 뭣허는디? 각오는 정했다! 사라! 내도 자넬 믿으니께! 부탁헌다잉!"

그 말에 덩달아 나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초면이었던 나를 이렇게까지 신뢰해준다니.

그 기대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틀리면 안 돼.

그런 마음으로 나는 다시 인형 앞에 섰다.

아리스는 성인이야, 틀림없어.

그렇게 되면 5분의 1이 된다.

그리고 나랑 죠 사이에는 아무도 없었어.

그러니까 슌스케는 성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이걸로 4분의 1.

 

-히나코

-메구미

-마이

-나오미치

 

거기서 말이 없던 케이지 씨가 입을 열었다.

"메구미는… 아니야. 성인이다"

그 한마디에 모두가 케이지 씨를 쳐다봤다.

"자세한 건 안 물어봐 줬으면 좋겠는데, 믿어도 돼"

혹시 최초의 시련이랑 관련 있는 걸까.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걸로, 3분의 1.

 

-히나코

-마이

-나오미치

 

하지만 이 이상 생각나질 않는다.

나오 씨의 이름 다음에 나오미치라는 이름은 없었던 것 같아.

그렇다고 해도 히나코랑 마이, 이 두 이름 중 하나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이지.

"히나코 씨 혹은 마이 씨. 둘 중 하나가 미성년자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이상은……."

"그니께 확률은 반반이라는 거네"

Q타로 씨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설마…….

"그만두세요! 설마 둘 중 하나를 찍겠다는 건 아니죠?"

"내도 죽기 싫은 건 마찬가지여. 무작정 쏠 생각은 없어. 그래도 말여, 여차하믄 사나이로서 각오는 다져놔야제!"

"Q타로 씨……."

이를 갈았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히나코랑 마이 이 둘 중에 미성년자를 알아낼 수 있는 게 떠오르질 않아.

최악의 경우엔 이 상태로 둘 중 하나를 찍어야될지도 몰라.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저는 다같이 살아남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도 둘 중 하나를 골라야된다면… 책임지고 제가 쏘겠습니다! 제가 죽어도 남은 분들이 쏘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

각오를 다지고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누군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미성년자는 히나코 씨입니다."

눈을 크게 떴다. 카이 씨가 확실하다는 듯이 말했다.

"에? 그걸 카이 씨가 어떻게…… 혹시, 기억나신 거예요?"

"네. 시간이 좀 걸려버린 점 죄송합니다. 하지만 틀림없습니다. 히나코 씨는 음주 불가 란에 있었습니다."

"정말입니까? 뭔가 인상에 남은 점이라도 있는 건가요? 틀렸을 가능성도…."

내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카이 씨가 드물게 웃어 보였다.

"에그 베네딕트입니다"

"네?"

"제 특기인 요리입니다. 히나코 씨, 뭔가 계란(卵・タマゴ・타마고) 같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기억에 남았었거든요…… 선택지를 두 개로 좁혀주신 덕에 이제야 떠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카이 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그 마이페이스 같은 성격에 도움받았다.

카이 씨의 대답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뒤이어 Q타로 씨가 호쾌하게 웃으며 그걸 따라 케이지 씨도 피식하고 웃었다.

"뭔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놈이지먼, 대단한 녀석이구만"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괜찮다면 제가 책임을 지고 쏘겠습니다"

"아녀 됐어, 대타하겠다고 나선 건 내다. 믿고 있다고, 카이!"

그렇게 각오를 다진 Q타로 씨가 히나코라는 명찰이 붙어있는 인형을 향해 발포했고

알지는 분한 듯 "정답"이라고 말했다.

"아~ 아, 참나, 재미없는 놈들. 남은 총알 다 쏘면 문이 열릴 거다. 게임 클리어다"

그 말대로 Q타로 씨가 남은 총알을 다 쏘니 쇠창살이 내려갔다.

게임 클리어의 보상으로 숨겨져 있던 공간에서 인형의 오른쪽 팔을 발견해냈다.

알지에게 뭔가 따지려고 했지만 소리를 끈 건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제야 걱정된 얼굴의【프리터】소우 씨와【고등학교 교사】미시마 선생님, 거기다【초등학생】긴까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라 씨, 무슨 일 있었어?"

"초, 총소리가 들린 것 같았습니다만, 무슨 일인가요?"

"냐, 냐아앙! 죽으면 안 돼멍!"

세 명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어찌저찌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도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던 건가, Q타로 씨는 소우 씨랑 긴에게 무용담을 들려주고 있었다.

죠는 그 옆에서 웃고 있다.

카이 씨는 그런 그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카이 씨에게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카이 씨 덕분에 살았어요"

"아닙니다, 저는 단지 에그 베네딕트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뿐이라"

그런 바보 같은 대답에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카이 씨는 언뜻 보기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카이 씨를 볼 때마다 노이즈가 낀 것 같이 내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르려고 한다.

대체 나는 어디서 카이 씨를 본 걸까.

다시금 카이 씨의 얼굴을 쳐다봤고,

나는 최악의 타이밍에 그 해답을 찾아내고 말았다.

………………………………………………어?

온통 검고, 긴 머리에, 밤길에 나를 쫓아왔던 인물이 있었다.

잘못 본 걸 수도 있어.

하지만, 그래도………….

긴장 때문인지 맥박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런, 아니야, 설마…….

체감상 거의 몇 시간 전의 일이 뇌리에 스쳐 지나간다.

어둠에 섞여 있어서 얼굴은 못 봤다.

그런데도 그 순간, 그 단정한 얼굴이 희미하게 겹쳐 보였다.

카이 씨는, 나를 따라다니던 그 스토커와 닮아있었다.

 

 

 

[공지] 키미가시네 소설 'side 죠'의 열람/구매에 관해

1장을 죠의 시점으로 볼 수 있는 소설 '키미가시네~다수결 데스게임~ side 죠'의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저작권도 있고 저도 책을 구매해서 읽고 번역하는 거여서 챕터 5부턴 전체공개는 불가능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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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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